마법소녀! 은퇴합니다.

1화

‘마법소녀는 말이지, 겸직 금지야. 이성교제도 안 돼. 계약 위반 행위를 할 시에는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지. 하지만 너는 뭐? 배달 알바? 어? 오토바이 타고 헬멧 쓰고 돌아다니면서 짜장면 배달을 해?’

‘아니, 그게... 생활비가 너무 부족해서...’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아무튼 넌 이제 마법소녀가 아니야. 마법 능력도, 변신 능력도 모두 압수야.’

핑퐁은 손가락을 튕겼다. 뿅! 하는 소리와 함께 여주의 몸에서 분홍색 빛이 빠져나갔다. 그 빛은 구슬처럼 뭉쳐지더니 핑퐁의 손아귀에 쏙 들어갔다. 그 순간, 여주는 지난 10년간 몸에 익었던 마력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고, 뼛속까지 시큰거리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마치 오랫동안 입고 있던 갑옷을 강제로 벗겨낸 듯한 무력감이었다.

‘자, 그럼. 너의 고유 무기인 마법봉도 내놔야지?’

‘잠깐만! 이건... 이건 안돼!’

여주는 품속에서 마법봉을 꺼내 꽉 쥐었다. 어린 시절, 처음 마법소녀가 되었을 때부터 함께 해온,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손때 묻은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너무나 익숙했다. 하지만 핑퐁은 비웃으며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마법봉은 여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작은 빛이 되어 핑퐁의 주머니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 이만. 다음 마법소녀를 구하러 가봐야 해서.’

핑퐁은 그렇게 여주의 인생에서 퇴장했다. 10년의 세월이 단 10분 만에 부정당한 순간이었다.

여주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분하고 억울해서,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공허한 방 안에 홀로 남아 흐느끼는 소리만이 가득 찼다.

‘씨발... 진짜 좆같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여주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삐걱이는 관절 소리가 어제의 피로를 증명했다. 좁은 원룸은 여전히 어두웠다. 창문 너머로 희미하게 비치는 새벽빛이 방 안의 먼지들을 부유하게 만들었다. 라면 봉지와 배달 음식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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