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여주의 다짐 어린 목소리에 서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말은 잘하네.”
빈정거리는 투였지만, 그 목소리에는 희미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은지는 말없이 다가와 여주의 어깨에 난 상처에 새 붕대를 감아주었다.
그녀의 손길은 서툴렀지만 조심스러웠다.
그것이 그녀만의 위로 방식이었다.
김믿음은 그런 세 사람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타이거 마스크 그놈, 생각보다 더 뿌리가 깊은 놈인 것 같다.
단순히 삼천동 뒷골목을 주무르는 수준이 아니야.”
그의 말에 아지트 안의 공기가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오늘 사용한 마력 무력화 장비들…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정부, 혹은 그 이상의 세력과 연줄이 닿아있지 않고서는 손에 넣기 힘든 것들이지.”
김믿음의 분석은 날카로웠다.
여주는 마력 그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평범한 인간이 되었던 그 무력감.
마법소녀를 전문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
그런 것들을 일개 빌런 조직이 쉽게 운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경찰의 움직임도 이상했어요.”
창밖을 살피던 은지가 나직이 말했다.
“사이렌 소리가 들린 지 한참인데, 여기까지 올 생각을 안 해요.
마치 이 구역은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처럼요.”
그녀의 지적에 모두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한 유착이 아니었다.
이 도시의 시스템 자체가 타이거 마스크의 범죄를 묵인하고, 어쩌면 비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가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들이 싸워야 할 상대는 고작 빌런 하나가 아니라, 이 도시의 어두운 이면 그 자체일지도 몰랐다.
서희는 주먹을 꽉 쥐었다.
너클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래서 뭐.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하던 일을 멈출 이유는 못 돼.”
그녀의 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과거의 자신처럼 버려지고 망가질 뻔했던 아이들이 눈앞에 있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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