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메머드 사냥

6화 이고르 (2)

남주는 조용히 복도를 빠져나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방금 본 광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나의 광기 어린 눈동자, 오빠를 향한 비정상적인 집착, 그리고 그 기괴한 나무 조각상. 남주는 등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자신의 방 문 앞에 도착했을 때, 남주는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다. 빅토르의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미 잠들었거나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모양이었다.

남주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윤곽이 드러났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백야의 빛이 방 안을 희뿌옇게 밝히고 있었다. 남주는 침대 위에 놓인 무언가를 발견했다. 종이 한 장이었다. 아까 방을 나갈 때는 없었던 것이었다.

남주는 천천히 다가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구겨진 종이를 펼치자 서투른 글씨가 보였다. 러시아어였지만 간단한 문장이라 해독할 수 있었다. 남주는 빅토르에게 기본적인 러시아어를 배워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이 트기 전, 마을 뒤편 오래된 헛간에서 만나자. 혼자 와라. - 이고르'

남주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고르. 아고르의 쌍둥이 아들 중 하나였다. 아까 식당에서 비웃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왜 갑자기 따로 만나자는 걸까? 아버지 아고르 몰래 무슨 속셈이 있는 건가?

남주는 쪽지를 손에 쥔 채 창가로 다가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짙은 보라색이었다. 5월 말의 시베리아는 밤이 짧았다. 몇 시간 뒤면 해가 뜰 것이다. 남주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두 시. 동이 트려면 아직 두어 시간은 남아 있었다.

함정일 수도 있었다.

이고르가 무슨 속셈으로 이런 쪽지를 남겼는지 알 수 없었다. 아고르의 지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고르 개인의 계획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남주를 해치려는 음모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기회일 수도 있었다.

아고르의 아들이 아버지 몰래 접촉하려 한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미카엘이나 아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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