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고등학생인데, 성인입니다!
갈지연은 검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편의점 문을 벌컥 열었다.
따르릉.
경쾌한 입장 알림음이 울리자 편의점 알바는 고개도 들지 않고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알바 상태 괜찮고.'
갈지연은 후드 지퍼를 턱까지 올리며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삼선슬리퍼가 편의점 바닥에 찰싹찰싹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교복 치마 아래로 드러난 하얀 종아리가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유난히도 창백하게 빛났다.
"아오, 개덥네."
갈지연은 후드 속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술 코너로 직진했다.
벽면 가득 진열된 술병들이 반짝반짝 빛나며 그녀를 반겼다.
200ml짜리 미니 위스키들이 도열해 있는 코너.
갈지연의 낙원이었다.
"오늘은 뭘 마실까나..."
갈지연은 팔짱을 끼고 진지한 표정으로 술병들을 훑어봤다.
짐빔? 어제 마셨지.
자메손? 그저께 원샷 때렸고.
조니워커 블랙? 음... 나쁘진 않은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검은색 라벨의 사각 병.
잭다니엘.
"이거지."
갈지연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잭다니엘을 집어 들고 괜시리 유리벽을 한번 쳐봤다.
통.
적당하게 경쾌한 소리. 이거다.
병 입구를 코에 갖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봤다.
밀봉된 유리병에서는 먼지 냄새밖에는 안 나겠다만, 갈지연은 왠지 카라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좋아, 오늘은 너다."
그렇게 막 계산대로 향하려던 순간, 갈지연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시선이 다시 술 코너로 돌아갔다.
조니워커 블랙이 거기 있었다.
은은한 스모키 향과 달달한 맛의 조화.
"이것도 좋긴 한데..."
갈지연은 잭다니엘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조니워커 블랙을 집어 들었다.
사각형 바틀이 아주 예술적이다.
"근데 잭다니엘도..."
다시 잭다니엘을 집어 들었다. 똑같은 사각형 바틀.
예술 vs 예술.
오른손에 조니워커, 왼손에 잭다니엘.
갈지연은 두 병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이었다.
"하... 둘 다 사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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