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병나발일진녀 갈지연

4화 비처럼, 하쿠슈처럼

다음 날 아침, 교무실.

갈지연은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어제 저녁의 노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무거운 회색 구름이 도시 위를 낮게 떠다녔다.

"갈지연."

낮고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지연은 못 들은 척 미동도 하지 않았다.

책상 너머에 앉은 담임 선생님의 깊은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듯했다.

"어제 점심 먹고 말도 없이 사라졌던데. 어디 갔었어?"

"속이 좀 안 좋아서요. 조퇴했습니다."

갈지연은 창밖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

"조퇴? 내가 허락한 기억이 없는데. 그리고 네 조퇴증, 아직 내 책상 위에 그대로 있거든?"

선생님의 목소리에 날이 서기 시작했다.

갈지연은 속으로 귀찮다는 듯 혀를 찼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걸렸다. 등교하자마자 복도에서 마주칠 게 뭐람.

"고개 돌리고 선생님 좀 봐라."

갈지연은 느릿느릿, 마지못해 몸을 돌렸다.

갈지연의 눈에 피로와 체념이 뒤섞인 얼굴이 선명했다.

"지연아, 넌 심지어 성인이잖아. 남들보다 삼 년이나 늦게 시작했으면, 더 모범을 보여야지. 이럴 거면 학교는 뭐 하러 다시 왔어?"

또 시작이다.

지겹도록 들어온 레퍼토리.

세 살이나 더 많은 나이, 불성실한 태도.

갈지연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담임의 입술이 무어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 말들은 더 이상 갈지연의 뇌에 의미 있는 소리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저 의미 없는 배경 소음일 뿐.

갈지연의 머릿속은 온통 어제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분홍색 드레스 자락을 나풀거리며 나타났던 이상한 여자.

'오호호호' 하는 요란한 웃음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본 애프터눈 티 세트의 달콤한 스콘.

그리고... 15년의 시간을 품고 있던, 황금빛 액체.

맥캘란.

그 부드럽고 향긋했던 맛이 아직도 혀끝에 맴도는 것 같았다.

알코올의 역한 기운 없이 목구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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