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병나발일진녀 갈지연

1화 〈향이 먼저였다〉

"아, 존나 따분하네."

갈지연은 삼선슬리퍼 앞코로 보도블록 끄트머리를 툭, 툭 차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는 쨌다.

지겨운 잔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교실 문을 나설 때만 해도 해방감에 날아갈 것 같았는데, 막상 밖으로 나오니 할 게 없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마시고 죽는 거지."

그녀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처럼 편의점이었다.

딸랑- 하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갈지연은 망설임 없이 주류 코너로 직행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언제나처럼 샛노란 라벨의 200ml짜리 싸구려 버번 위스키.

한 병을 집어 들고 휙 돌아서는 순간, 시야 한구석에 이질적인 분홍색 덩어리가 걸렸다.

"……뭐야, 저건."

햇빛 한 점 안 들어오는 편의점 주류 코너에, 무슨 빅토리아 시대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귀족 아가씨가 서 있었다.

레이스가 잔뜩 달린 분홍색 드레스, 하얀 장갑, 심지어 실내에서 접어 들고 있는 양산까지.

비현실적인 광경에 잠시 넋을 놓고 있던 갈지연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계산대로 향했다.

엮여서 좋을 거 하나 없는 타입.

그렇게 지나치려던 찰나, 나비처럼 가벼운 목소리가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머, 그걸로는 부족하지 않으신가요?"

"아, 씨. 뭐라고?"

갈지연은 잔뜩 찌푸린 미간으로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분홍색 드레스의 여자는 방긋 웃으며 양산을 살짝 기울였다.

그 모습이 꼭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그쪽한테 뭐 보태준 거라도 있나?"

갈지연은 껄렁한 자세로 서서 여자를 위아래로 훑었다.

제갈세레나는 갈지연의 험한 말투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가 들고 있는 위스키 병을 흘끗, 쳐다볼 뿐이었다.

"오호호호, 무서운 아가씨시네요. 하지만 전 그냥 순수한 호기심에 여쭤본 것이랍니다."

"호기심은 니미. 할 일 없으면 가서 잠이나 주무시든가."

"그 술, 어째서 드시는 건가요?"

갈지연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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