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병나발일진녀 갈지연

4화 「천국의 언덕으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때, 정적을 깨고 제갈세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슬슬 일어날까요, 지연 씨?”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의 장난기 어린 톤이 아니었다.

조용하고, 차분한, 마치 오래된 친구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음색이었다.

갈지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더 이대로 있고 싶었다.

이 낯설고도 편안한 공기 속에.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있었다.

오늘 밤의 마법은 여기까지라는 것을.

“계산은 제가 할게요.”

제갈세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핸드백에서 지갑을 꺼냈다.

갈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막아섰다.

“됐어. 내가 내.”

“어머, 숙녀에게 얻어먹을 수는 없사와요.”

“뭔 숙녀. 나보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게.”

“오호호호, 그건 모르는 일이랍니다?”

결국 실랑이 끝에, 각자 마신 술값은 각자 내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바텐더는 두 사람의 계산서를 따로 내밀며, 갈지연에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존경인지, 경외인지, 아니면 ‘저 독한 걸 저렇게 마시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하는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스모크 캐스크’의 낡은 나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밤공기가 훅 끼쳐왔다.

술기운에 달아올랐던 뺨이 시원하게 식었다.

갈지연은 저도 모르게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 중에 섞인 도시의 냄새 사이로, 입안에 남은 피트의 잔향이 희미하게 되살아났다.

“데려다줄게.”

갈지연이 툭, 하고 내뱉었다.

“어머, 괜찮사와요. 혼자 갈 수 있어요.”

“밤길 위험해. 너 같은 또라이는 어디서 시비 털리기 딱 좋으니까.”

험한 말투였지만, 명백한 걱정이었다.

스스로도 낯선 감정이었다.

제갈세레나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그럼, 감사히 부탁드릴게요.”

두 사람은 말없이 연남동의 골목길을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그림자를 늘어뜨렸다.

“저기.”

한참을 걷던 갈지연이 먼저 침묵을 깼다.

“…캐스크, 그거.”

“네?”

“다음에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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