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도망의 안주」
바텐더는 말없이 두 사람 앞에 글렌캐런 잔 두 개를 놓았다.
이어서, 녹색 병에 담긴 황금빛 액체를 조심스럽게 잔에 따랐다.
어제의 라프로익이나 아드벡처럼 코를 찌르는 강렬한 향은 없었다.
그저 은은하고 부드러운, 꿀에 절인 과일 같은 달콤한 향기가 공기 중에 퍼져나갔다.
“자, 천국의 언덕에 오르기 전에, 먼저 강가에 발부터 담가볼까요?”
제갈세레나가 잔을 들며 윙크했다.
갈지연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녀를 따라 잔을 들어 코에 가져갔다.
어제의 소독약 같은 향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짭짤한 바다 내음이 아주 희미하게 스치고, 그 위로 잘 익은 사과와 견과류의 고소함, 그리고 바닐라의 부드러운 단내가 포근하게 감싸왔다.
피트 위스키를 만드는 아일라 섬의 증류소라고는 믿기지 않는 향이었다.
“……이게 연기 맛이라고?”
“아뇨, 부나하벤은 아일라 위스키 중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피트를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아주 가끔 예외는 있지만요.”
제갈세레나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다들 아일라의 이단아라고 부르지요.”
갈지연은 말없이 잔을 기울여, 황금빛 액체를 한 모금 머금었다.
혀에 닿는 감촉이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폭력처럼 혀를 내리치던 아드벡과는 정반대였다.
마치 따뜻하고 매끄러운 비단이 입안을 감싸는 듯한 느낌.
꿀과 건포도의 진한 단맛이 먼저 퍼지고, 뒤이어 쌉쌀한 초콜릿과 스파이시한 오크 향이 섬세하게 균형을 잡았다.
거칠거나 모난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편안했다.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아무런 경계심 없이 다가와 곁을 내어주는 술.
갈지연은 처음으로 ‘맛있다’는 감각 외에 ‘편안하다’는 느낌을 술에서 받았다.
그녀는 천천히 위스키를 삼켰다.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부드러웠다.
그리고 속에서부터 은은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잔을 내려놓았다.
늘 술을 마시는 이유는 명확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시끄러운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잊기 위해.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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