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버티는 맛
변한 것은 자신뿐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기에, 자신만이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갈지연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래주머니를 찬 것처럼 무거웠다.
마치 몸이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 시간이 되면, 이 길을 걸을 때면,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돌며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지금 몸속을 도는 것은 차가운 불안뿐이었다.
익숙한 동네 골목에 들어섰다.
낡은 빌라들이 그림자처럼 늘어선 길.
늘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던 길이기에, 맨정신으로 걷는 것은 오히려 낯설었다.
저쪽 코너를 돌면 나오는 24시간 무인 빨래방의 형광등 불빛.
옆집 담벼락에 그려진 유치한 고양이 낙서.
모든 것이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
그 선명함이, 마치 날카로운 유리 파편처럼 신경을 긁어댔다.
현관문 앞에 섰다.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꺼내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집 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갈지연은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렸다.
찰칵, 소리와 함께 거실에 형광등 불이 켜졌다.
아무도 없는, 싸늘한 공간.
늘 술에 취해 돌아왔기에 느끼지 못했던 공허함이, 오늘은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그녀를 덮쳐왔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쌓인 책들.
변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이 방은 언제나, 잠들기 위해, 혹은 술에 취해 쓰러지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힘없이 걸터앉았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익숙한 독한 알코올 대신, 어색한 피로감만이 몸을 감쌌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책상 한구석으로 향했다.
먼지가 희끗하게 쌓인, 낡은 액자.
어린 시절, 지금보다 훨씬 젊고 아름다웠던 엄마와, 딱딱한 표정의 아빠,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어색하게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늘 술에 취해 외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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