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딸기우유와 사과의 온도〉
술에 절어 학교를 밥 먹듯이 빠지던 과거의 자신.
그것을 맨정신으로 직면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비참한 일이었다.
마치 벌거벗겨진 채로 광장 한가운데 내던져진 기분.
어젯밤의 작은 다짐과 결심이, ‘출석 일수’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단어 앞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신경 꺼.”
갈지연은 겨우 그 한마디를 뱉어냈다.
목소리가 사포처럼 거칠었다.
반장은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와,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작은 우유갑 하나를 내려놓았다.
딸기우유였다.
“점심 안 먹는 것 같아서… 이거라도 마셔. 빈속이면 더 힘드니까.”
“…….”
“그리고… 혹시 필기 못한 거 있으면, 내가 빌려줄 수 있어. 어제 수학, 되게 중요하다고 했거든.”
갈지연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저 책상 위에 놓인 분홍색 우유갑만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자신에게 왜.
아무런 대가도 없는 호의.
그것은 제갈세레나의 엉뚱한 친절과는 또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걱정.
그래서 더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다.
마치 갚을 능력도 없는 자신에게 빚을 지우는 것 같았다.
“필요 없어.”
갈지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런 거 없어도, 나 알아서 졸업은 해.”
차가운 말을 내뱉고, 그녀는 그대로 교실을 나섰다.
뒤에서 반장이 “아, 저기, 지연아!”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이었다.
그 순수한 호의가 만들어내는 어색한 공기로부터.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정면으로 비추는 그 맑은 눈빛으로부터.
복도를 지나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쿵쿵 울렸다.
짜증이 치밀었다.
그 반장에게가 아니었다.
고작 저런 평범한 친절 하나에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다.
맨정신으로 버티는 것은, 단순히 술을 마시
않고, 타인의 세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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