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병나발일진녀 갈지연

7화 라프로익 도원결의

아일라 강은 희미하게 웃으며 자신의 잔들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름 때문에 이 술들을 좋아하게 된 건지, 이 술을 좋아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된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옆에서 눈을 반짝이던 제갈세레나가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세상에, 세상에! 라프로익 10년 CS를 배치별로 버티컬 테이스팅이라니! 정말이지 멋진 분이시와요! 저는 제갈세레나라고 한답니다! 이쪽은 저의 친우, 갈지연님이시와요!"

"어머. 잘 부탁드려요."

아일라 강은 제갈세레나의 요란한 자기소개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갈지연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생각했다.

이름도, 위스키 취향도, 죄다 정상이 아니야.

그런데도 꽤나 기분이 좋았다. 위스키를 많이 마시긴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버티컬이 대체 뭐죠?"

갈지연이 조심스럽게 묻자, 아일라 강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같은 위스키를 다른 생산 연도나 배치별로 비교하면서 마시는 걸 말해요.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끼는 재미가 있죠."

"오호호호! 그렇지요! 같은 라프로익 10년 CS라고 해도, 매년 나오는 배치마다 개성이 전부 다르사와요! 어떤 배치는 바닐라 향이 강하고, 어떤 배치는 과일 향이 더 살아있기도 하지요!"

제갈세레나가 신나서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아일라 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먼저 배치 11이 담긴 잔을 들었다.

갈지연이 마시고 있던 바로 그 위스키였다.

그녀는 잔을 기울여 향을 맡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잠시 눈을 감고 맛을 음미했다.

그 모습이 어딘가 경건해 보이기까지 했다.

"확실히 11은 바닐라 노트가 강하네요. 크리미하고. 피트의 공격성 뒤에 숨은 단맛이 매력적이에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위스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갈지연은 저도 모르게 자신의 잔을 들어 다시 향을 맡아보았다.

바닐라.

그러고 보니 바닐라 냄새를 강하게 느낀 것 같다. 같은 위스키에서도 배치별로 풍기는 향이 다를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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