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히비키와의 하모니
토요일 오후.
숙취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난 갈지연은, 침대와 한 몸이 되어 뒹굴고 있었다.
햇살은 나른했고, 집 안은 고요했다.
벽시계의 초침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소리만이 귓가에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 심심해 뒤지겠네."
의미 없이 릴스 내리기만 반복하던 스마트폰을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벌써 주말의 절반이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배꼽시계가 점심시간을 알리자, 갈지연은 굼벵이처럼 몸을 일으켰다.
식탁 위에는 어김없이 권미연 여사 표 랩으로 싼 접시가 놓여 있었다.
[딸♥ 밥 전자레인지에 꼭 데워 먹고, 보리차도 많이 마셔!]
다정한 쪽지를 곁눈질하며 갈지연은 무심하게 접시를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제육볶음이 완성되었다.
혼자 먹는 점심은 3분 컷.
설거지거리를 싱크대에 던져 넣고, 갈지연은 습관처럼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후드 집업을 걸쳤다.
이제 몸과 마음을 알코올로 소독할 시간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대답 없는 허공에 인사를 던지고 현관문을 나섰다.
목표는 언제나처럼, 집 앞 편의점.
위스키 200ml 한 병이면 무료한 주말 오후를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터였다.
* * *
자동문이 열리고 익숙한 편의점의 공기가 그녀를 맞았다.
갈지연은 망설임 없이 주류 코너로 향했다.
형광등 불빛 아래 가지런히 진열된 위스키들이 보였다.
짐빔, 자메손, 조니워커 블랙, 그리고 그녀의 영원한 친구 잭다니엘까지.
그런데 이상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세주처럼 보였던 갈색 병들이, 오늘은 어쩐지 시시하게 느껴졌다.
갈지연은 잭다니엘 병을 집어 들고 유심히 살펴보았다.
라벨에 적힌 '테네시 위스키'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게 버번... 이라고 했었나.'
제갈세레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고작 며칠 사이에, 자신에게 너무 많은 변화가 생겨버렸다.
맥캘란 15년의 그윽한 셰리 향, 하쿠슈 12년의 상쾌한 숲 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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