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늘 그 애로부터 시작됐다

1화 봄의 시작

윤호와 나는 친하지 않았다.

같은 반이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말을 제대로 나눠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윤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체육 시간에 과하게 튀지 않는다는 것까지.

나는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나도 모르게 주워 담고 있었다.

그건 마치 습관 같았다.

수업 시작 종이 울리기 전, 내 눈은 무의식적으로 창가 세 번째 자리를 향했다.

윤호가 엎드려 자고 있을 때도, 턱을 괴고 멍하니 창밖을 볼 때도,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눈에 담았다.

그러다 눈이라도 마주칠 것 같으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심장이 이유 없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야, 서연아. 또 멍 때린다.”

옆자리에 앉은 민지가 내 팔을 쿡 찔렀다.

민지는 내 유일한 비밀 공유자이자, 내 시선의 끝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이었다.

“아니거든.”

나는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교과서를 폈다.

하지만 이미 빨개진 귀는 숨길 수 없었다.

민지가 킥킥거리며 속삭였다.

“봤어, 방금. 3초 이상 본 것 같은데?”

“뭘 봐.”

“뭘 보긴. 창가 왕자님이지.”

민지의 짓궂은 말에 나는 대답 대신 필통을 여는 데 집중했다.

샤프심을 꺼내고, 지우개를 만지작거렸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들이 어색함을 감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수업이 흘러갔다.

칠판 위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대신 창가로 스며드는 햇빛만 유난히 선명했다.

윤호의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괜히 크게 들렸다.

사락, 하고 종이가 스치는 소리.

그 소리는 분필 소리와 선생님의 나직한 목소리, 다른 아이들의 숨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 귓가에만 유독 선명하게 박혔다.

나는 그 소리의 주인을 쳐다보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내 모든 신경은 이미 창가 세 번째 자리에 묶여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민지가 기다렸다는 듯 내 팔짱을 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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