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햇살 속 미소
나는 민지의 손에 이끌려 멍하니 발걸음을 옮겼다.
“너 아까부터 왜 그래? 어디 아파?”
민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픈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 온몸의 피가 너무 빨리 돌아서,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아니… 그냥 햇빛 때문에 잠깐….”
나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중얼거렸다.
민지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지만, 선생님이 다시 호루라기를 부는 바람에 더 이상 캐묻지 못했다.
우리는 서둘러 여학생들이 모여 있는 줄의 맨 끝에 섰다.
선생님은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자세를 바로 하고 앞을 보았다.
하지만 온 신경은 몇 줄 앞에 서 있는 그의 뒷모습에 쏠려 있었다.
햇살을 받아 유난히 밝아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
체육복 위로 드러난 단단한 목선.
방금 전, 그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꿈이 아니었다.
분명히 봤다.
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올라갔다.
그 미소의 의미는 뭘까.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의 희미한 미소와는 다른, 무언가 더 명확한 신호였을까?
아니면 그저 운동을 하다가 기분이 좋아서,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내게 보낸 별 의미 없는 미소였을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었다.
그 미소 하나로, 내 하루는 이미 완벽해졌다.
민지가 옆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웃으면 내 하루가 맑고.’
정말 그랬다.
잿빛이던 세상이 순식간에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기분이었다.
“자, 오늘은 짝지어서 배드민턴 할 거다. 알아서들 파트너 정해!”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지는 당연하다는 듯 내 팔짱을 꼈다.
“우리는 당연히 한 팀이지?”
“응. 당연하지.”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지와 함께 창고로 가서 라켓과 셔틀콕을 챙겼다.
운동장 곳곳에 아이들이 짝을 지어 흩어졌다.
우리도 적당히 빈 곳에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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