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제2화: 텅 빈 집의 목소리
"태준이 형! 한이 오빠 지금 아파트 뒷벽 가스 배관 루트 탔어! 제발 좀 말려봐요!"
전남대 여수캠 공학관 5호관 지하 기지. 16살 막내 연희의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모니터 속 점멸하는 한의 위치 신호를 바라보는 연희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옆에서 장비를 점검하던 박 소장이 혀를 차며 한마디 거들었다.
"기집애가 태준이한테는 또 형이란다. 야, 연희야. 태준이가 네 형이면 한이는 네 언니냐? 오빠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힘들어?"
연희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쏘아붙였다. "아, 소장님! 태준이 오빠라고 부르는 건 너무 간지러워서 소름 돋는다니까요? 그냥 형이 편해요."
연희에게 '형'이라는 호칭은 무너진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투박한 갑옷이었다. 하지만 한이에게만큼은 달랐다. 연희에게 한이는 남몰래 키워온 짝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를 '형'이라 부를 순 없었다. 연희에게 '오빠'라는 호칭은 오직 한이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가장 소중한 비밀이었다.
"이 고집불통 녀석, 기일이라고 결국 거길 가네." 강태준이 묵직한 한숨을 내쉬며 단독군장을 고쳐 멌다. 태준은 한이의 스승이자 형으로서 그 절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소장님, 마중 나가겠습니다. 연희 넌 위치 계속 추적해."
그 시각, 한은 5층 높이의 낡은 연립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있었다. 녹슨 가스 배관은 소년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벽면에서 이탈할 듯 비명을 질렀다. 발밑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그 어둠 속에서는 붉은 등이 꺼진 아라크네들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한, 503호 베란다까지 잔여 거리 2미터. 현재 옥상 위 센티넬의 광학 센서가 하강 중이야. 놈의 탐지 범위까지 앞으로 5초.]
손목 위 마마(MAMA)의 경고가 울렸지만, 한은 멈출 수 없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날카로운 탄환 한 발이 날아와 센티넬의 측면 렌즈를 정확히 타격했다. 불꽃이 튀며 센티넬이 고개를 휘청이는 사이, 무전기 너머로 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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