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제3화: 기억의 설계자
여수 국가산업단지의 입체 지도가 기지 메인 스크린 위로 서늘한 푸른 빛을 내뿜으며 떠올랐다. 1화에서 한이 구출했던 김 병장의 부대가 철수 직전 목숨을 걸고 수집해 넘겨준 정찰 데이터였다. 새로 합류한 저격수 윤서하가 보안 USB를 단말기에 꽂자,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거친 질감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 속 광경은 기지 안의 모든 인물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지능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오로지 살육 본능에만 충실해야 할 아라크네 수십 마리가 마치 잘 짜인 기계 부품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들은 거대한 철골 자재를 나르고, 정교한 점액질을 발라 산단 중앙 타워에 기괴한 탑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짐승의 서식지라기보다, 고도로 설계된 시스템의 ‘공정’ 그 자체였다.
"이게 어떻게 가능해? 아라크네 목 뒤에 박힌 하드웨어들은 10년 전 EMP 폭격 때 전부 타버렸잖아. 그래서 놈들이 통제 불능의 짐승이 된 거 아니었어?"
박 소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소리쳤다. 서하가 화면의 한 지점을 확대하며 차갑게 답했다. 놈들의 신경계 장치는 분명 10년 전의 폭격으로 기능을 상실했어야 했다. 하지만 화면 속 칩 주위로는 푸른색 미세 전류가 혈관처럼 흐르고 있었다. 이것은 기존 하드웨어가 복구된 게 아니라, 어디선가 송출되는 강력한 백업 신호가 놈들의 죽은 칩을 강제로 재부팅시키고 있다는 증거였다. 인류가 완전히 멸절되었다고 믿었던, 아니 백업 파일조차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휴먼 AI가 여수 산단 어딘가에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는 소리였다.
태준의 눈이 가늘어졌다. 누군가 놈들을 다시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괴물 사냥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저 둥지가 완성되어 신호 증폭기가 가동되는 순간, 여수의 모든 아라크네는 다시 한번 휴먼 AI의 병사로 부활하게 될 것이었다. 그 백업 서버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새벽 출격을 앞두고 기지에는 폭풍 전야 같은 무거운 정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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