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평화의 가면
산단의 지옥 같은 포성이 멎은 뒤 찾아온 아침은 비릿했다. 태준은 피곤이 짙게 깔린 눈으로 SUV의 운전대를 꺾으며 백미러를 응시했다. 뒷좌석에서 한은 방전된 인형처럼 고개를 떨구고 잠들어 있었고, 연희는 그런 한의 손목에 감긴 건틀릿을 마른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었다.
"일단 기지로 회군한다. 한이 녀석 건틀릿도 정밀 점검이 필요하고, 내 낡은 소총도 노리쇠 뭉치가 제 수명을 다했어. 이 상태로 서하가 말한 '고요의 구역'까지 가는 건 무모한 짓이다."
태준의 나직한 목소리에 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은 이미 다음 전장을 준비하는 전술가의 날카로움을 띠고 있었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홀로 생존하며 '완전한 안전'이란 없음을 뼈저리게 배운 그녀에게, 이 짧은 정비 시간은 생존과 직결되는 신성한 의식과도 같았다. 부모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폐허를 전전해온 연희에게, 한과 태준이 있는 이 차 안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허락된 안식처였다.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을 맞이한 것은 헝클어진 머리에 기름때 묻은 가운을 걸친 박 소장이었다. 태준이 작전 보고와 함께 산단에서 수거해온 센티널의 파손된 파편들을 작업대에 내려놓자, 박 소장은 돋보기를 끼고 눈을 빛냈다.
"이거군! 그 아라크네 놈들을 군대처럼 부렸던 망령의 조각이!"
박 소장이 장비를 점검하는 사이, 한은 작업용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었다. 연희는 박 소장을 도와 마마의 인터페이스를 외부 모니터에 연결했다. 건틀릿의 냉각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고, 홀로그램 창에는 지난 전투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과부하 로그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 소장은 잠시 작업을 멈추더니 선반 구석에서 묵직한 하드 케이스 하나를 꺼내 태준 앞에 쿵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태준이 자네, 그 구식 7.62mm 소총은 이제 좀 놓아주게나. 이번 산단 작전 로그를 보니 놈들의 강화 장갑을 뚫기엔 관통력이 아슬아슬하더군. 자네 목숨이 서너 개라도 되나?"
박 소장이 케이스를 열자,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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