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가족은 의미없는 존재(아님)
암전되었던 화면에 익숙한 하늘색 머리카락이 나타났다.
로그인.
이번에도 방송을 켜자마자 채팅이 먼저 달렸다.
(채팅) 왔구나 (채팅) ㄷㄱㄷㄱㄷㄱ (채팅) 지난 방송 떡밥 풀어줘요 (채팅) 그래서 왜 사라진 건데요 결혼
채팅창은 지난 방송의 마지막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채팅) 이건 웃기기 힘들 거 같은데 (채팅) 결혼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안 슬픔 (채팅) 인류 멸망 2차 떡밥 ㄷㄷ
니유는 쏟아지는 채팅들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마치 시스템 점검 전 로그 파일을 확인하는 엔지니어처럼 침착한 눈빛이었다.
“미리 말할게요.”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방송의 시작을 알렸다.
“슬픈 이유는 아니에요.”
그 한마디에 채팅창이 오히려 더 혼란에 빠졌다.
(채팅) ?? (채팅) 안 슬프다고? (채팅) 행복한 이유로 사라진 거면 뭐임 (채팅) 결혼 해피엔딩이 이혼이 아니라 삭제라고?
니유는 마지막 채팅을 보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결혼’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어 서비스가 종료된 것에 가까워요.”
“그리고 가족이 사라진 게 아니라요.”
그가 결정적인 단어를 꺼냈다.
“역할이 사라졌어요.”
(채팅) 역할? (채팅) 무슨 말이야? (채팅) 아빠 엄마 이런 역할? (채팅) 그게 어떻게 사라져
니유는 ‘아빠, 엄마’라는 단어를 정확히 포착했다.
“네. 바로 그거예요.”
그는 마치 오래된 역사 교과서의 한 페이지를 읽어주듯 말을 이었다.
“여러분에게 ‘가족’은 혈연과 ‘역할’을 기반으로 하죠.”
“아버지는 돈을 벌고, 어머니는 아이를 돌보고… 물론 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만, 여전히 그런 역할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잖아요.”
(채팅) ㅇㅈ… (채팅) 완전 남아있지 (채팅) 명절 잔소리 90%가 그거임 (채팅)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니…
“저희는 그 ‘역할’이라는 변수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회적 갈등과 비효율을 제거하기로 했어요.”
니유의 설명은 언제나처럼 명확하고 담담했다.
(채팅)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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