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인데 무당입니다

1화 내가 공무원이 될 상인가

행정법 조문이 빼곡한 책으로 시선이 닿자, 컵밥으로 채운 속이 더부룩하게 끓어오르는 기분이다.

명진은 강의실 맨 뒷자리, 늘 앉던 구석으로 향했다.

익숙하게 가방을 내려놓고 책을 꺼내는 손길들, 희미하게 떠도는 땀 냄새와 눅눅한 종이 냄새가 뒤섞인 공기.

2년 넘게 반복된 이 풍경은 이제 지긋지긋함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여길 또 1년 다녀야 한다고?'

벽에 붙은 합격자 명단을 무심히 훑던 명진의 눈에 익숙한 이름이 박혔다.

[이대협 - 국가직 9급 일반행정직 최종 합격]

"미친놈… 진짜 붙었네."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작년에 같이 스터디했던 형이었다.

징징대기만 하고 공부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기어이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씁쓸함과 부러움이 뒤섞인 감정이 명치끝을 쿡 찔렀다.

그때였다.

주머니 속에서 요란한 진동이 울렸다.

드르륵, 드르르륵.

액정에 뜬 이름은 '엄마'였다.

강의실의 소음이 순간 멀어지는 듯했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명진이 슬라이드 하듯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엄마."

수화기 너머로 익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긴장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진아, 시험 어떻게 됐니?]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마주해야 했던 질문.

명진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강의실 뒤편 창문으로 시선을 던진 채,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 한 번 더 하려구요. 진짜 아깝게 떨어진 거라서."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말 아까웠다.

하지만 그 '아까움'이 부모님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갈지는 명진도 잘 알고 있었다.

정적이 흘렀다.

어머니의 침묵 너머로, 낯익은 밭은기침 소리와 함께 깊은 한숨 소리가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아버지였다.

함께 계신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비수가 되어 명진의 가슴에 날아와 박혔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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