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인식 (4)
갑자기 아주머니께 알림을 받아 둘 모두 놀랐다. 그러다 정적을 깬 건 한여운의 가벼운 질문이었다.
“누나는, 23시 전에 할 일 있어요?”
나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딱히 할 건 없는데.”
“에이, 시간 아깝게.”
그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랑 놀러 갈래요? 나도 오늘 할 거 없는데.”
“...어. 그래. 좋다.”
“누나 잠깐 여기 앉아있어. 나는 두고 온 게 있어서. 잠깐만 고시원 다녀올게!”
그는 윙크를 한번 찡긋해 보이고는 먼저 카페를 나섰다.
“참나... 저런 애교는 어디서 배워서..”
애교...? 혼자 남은 나는 텅 빈 커피 잔을 내려다봤다.
23시.
특별할 것 없는 통보였지만, 아침의 소동 때문인지 어딘가 무게가 실려 있었다. 관리인 아주머니는 혹시 배려해주신 걸까. 병원에 실려간 그가 돌아오면 조금이라도 23시의 편안한 10분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의 모두에게, 오늘은 조금 다른 날이 된 걸까.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나왔다. 한여운이 시간이 지나도 안 오길래.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자, 익숙한 소독약 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나를 맞았다. 복도를 걸어 내 방으로 향하는데, 바로 그때였다.
철컥.
익숙하지만 예상치 못한 소리. 103호 문이 열렸다. 고개를 돌리자, 서태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침의 소동 때문인지, 평소 같으면 잠들어 있을 시간인데도 그의 눈은 멀쩡했다. 그는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다. 방금 막 씻은 듯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졌다. 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깊고 고요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어색한 침묵을 깬 건 계단을 올라오는 경쾌한 발소리였다.
“누나, 내가 좀 늦...”
한여운이었다.
그는 나와 서태인을 번갈아 보더니, 상황을 파악하려는건지 허공을 잠시 바라봤다. 그렇게, 좁은 복도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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