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기억 (5)
“서태인씨,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죠?”
말을 던졌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기다리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 추워요. 일단 들어가요.” 한여운이 나와 그를 번갈아 보다가 어색하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척하고 먼저 앞서갔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자 소독약 같은 냄새가 다시 올라왔다. 고시원은 언제나 병원과 닮아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모두가 ‘아프지 않은 척’ 하느라 조용한 곳. 방 문을 닫고 나서야 어깨가 풀렸다. 불을 켜지 않은 채 침대 끝에 앉았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동생이었다.
[오늘은 숨 쉬는 게 조금 편해.] [갈비 쪽은 아직 아파. 그래도 괜찮아.]
나는 답장을 쓰려다 지웠다. 괜찮지 않은 걸 괜찮다고 쓰는 일에, 요즘 너무 익숙해져서. 책상 위엔 구겨진 영수증들이 쌓여 있었다. 금액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종이는 다 같은 회색이었다. 손가락 끝으로 펼치자 숫자들이 물처럼 흐르다가,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검사비, 약제비, 추가 처치비. ‘늑골’이라는 단어는 없었지만, 숨을 들이쉴 때마다 동생이 얼굴을 찡그리던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다.
연구 센터는 늘 깨끗했다. 바닥은 광이 났고, 벽은 하얬다. 그 하얀 벽에 붙은 안내문들도 이상하게 차가웠다. ‘관찰 중에는 무단 접촉 금지.’ ‘연구 대상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문장만 보면 다 옳았다. 동생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손목엔 이름 대신 번호가 붙어 있었다. 기계가 울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소리를 ‘경고’로 들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업무’로 들었다.
“기록지 어디 있지?”
“담당 연구원 호출했나요?”
“지금은 관찰 단계라… 일단 지침부터.”
동생의 가슴이 크게 들썩였다가, 멎었다. 나는 순간 유리문 손잡이를 잡았다.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다. 보호자 대기 규정. 그 말은 내 몸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누가 심폐소생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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