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지배 (7)
22시 58분.
고시원 복도 끝에 간신히 달린 낡은 시계가 곧 있으면 이 날의 24시간이 지난다는 걸 알려줬다. 들어오는 길에 복도에 붙은 공지사항에서 읽었다. 23시 전등 점검. 관리인 아주머니께서 23시 전에 최대한 들어오라고 했던 이유. 아, 전등 점검 시간이 다가온다. 곧 불이 꺼지는데.
그때, 복도 끝에서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니, 기척이라기 보다는 이미 알고 있던 존재가 제자리에 서 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확신할 수 있는 종류의 존재. 확인하지 않아도 부정할 수 없는 사람. 형광등은 대부분 꺼져 있었고, 비상등만이 바닥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은 얼굴을 지우고, 그림자만 남겼다. 사람의 윤곽은 남기되, 표정은 허락하지 않는 빛. 그 빛 사이로, 여운의 그림자가 먼저 흔들렸다.
휘청였던 여운의 어깨는 앞으로 기울어 있었고, 발끝은 이미 출구 쪽을 향하고 있었다. 결심이 끝난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 결심을 할 필요조차 없는 사람의 자세였다. 태인이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여운은 몸을 움직였다. 그건 판단이 아니라 반사였다. 생각보다 먼저 튀어나오는 행동.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해 버린 방향으로의 이동.
달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멈추지 않았다. 발소리가 복도를 때리듯 울렸다. 고시원 특유의 얇은 바닥이 그 충격을 그대로 증폭시켰다. 벽에 붙은 공지문들이 흔들렸다. ‘소등 시간 외출 자제’ ‘안전 점검 협조 요망’ 문장들은 다 옳았고, 그래서 더 숨 막혔다. 문틈이 떨리고, 손잡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여운아!!”
서태인이 외쳤다. 여운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복도 불이 꺼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치 이 장면이 이미 시간표에 적혀 있었던 것처럼 형광등이 한 줄씩 사라졌다. 비상등마저 순식간에 꺼졌다. 어둠이 복도를 삼켰다. 앞도, 뒤도 보이지 않았다. 시야는 완전히 닫혔고, 소리만 남았다. 여운의 발소리. 점점 멀어지다가,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멈추는 소리. 그 짧은 멈춤이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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