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관찰 (1)
한여운이 나간 뒤, 공기는 한동안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문이 닫히는 소리는 없었다. 고시원은 원래 그런 공간이었다. 문이 닫히는 방식부터, 발소리가 사라지는 방식까지 어딘가 조용히 정해져 있는 곳. 누군가 나가도 복도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남겨진 사람만 자기 안에서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여운이 사라진 쪽으로 말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방금까지 튀어나오던 숨소리, 세게 긁히던 발바닥의 마찰, 그리고 ‘아버지’라는 단어에 실렸던 뜨거운 진동. 형광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는데,빛이 이상하게 차가웠다. 복도 타일 위로 늘어지는 그림자들이 사람을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여기서는 이름보다 호실 번호가 먼저 떠오르는 이유를 나는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사람은 잠시 머물다 지나가고, 공간은 남는다. 남는 쪽이 이긴다. 그런 구조.
한서진은 여운이 사라진 방향을 잠시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을 오래 두었는데도 그 안에는 걱정도, 미련도, 분노도 없었다. 마치 ‘이탈 반응’이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 측정하는 사람처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그대로였고, 목소리도 그대로였다.
“흥분이 과했군.”
그 말은 아들의 감정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다독이려는 말도 아니었다. 단순히 기록하는 언어였다. 방금 일어난 일을 ‘사건’이 아니라 ‘반응’으로 정리하는 말. 서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화를 참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이 공간에 남아 있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가 주먹을 쥔 손은 풀리지 않았고, 어깨는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 자세는 분노라기보다는 폭발을 막기 위해 몸 전체를 고정하는 사람의 자세였다.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데, 무너지는 순간을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사람.
한서진의 시선이 천천히 서태인에게로 옮겨왔다. 그 시선은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분류표를 훑는 눈. 결론이 이미 적혀 있는 문서를 읽는 눈.
“당신.”
그가 말했다. 이름이 아니라 호칭. 불러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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