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살인을 기억한다 : 문제없는 아이

1화 문제없는 아이 : 잠들지 못한 밤

-정시후집

눈을 떴을 때, 나는 분명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몸이 너무 작았다. 숨을 들이마시자 낯선 우유 냄새와 비릿한 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눈앞에는 색이 바랜 한글 벽보와 아이 방에서나 볼 법한 장난감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모르는 여자가 바로 옆에 누워 있었다.

여자는 잠에서 깨자마자 나를 보고 웃었다.

“우리 아기, 깼어?”

입을 열어 ‘누구세요’라고 말하려 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혀도, 목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지금, 여자아이의 몸 안에 있었다.

여자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배고파? 아빠가 아직 안 올라왔네.”

분유를 타는 소리가 들렸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여자가 나를 안아 올리자, 가슴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감정.

기억해선 안 될 감정이었다.

그 여자의 얼굴을 다시 보았을 때, 숨이 막혔다.

아침에 마주친 그 여자아이의 엄마였다.

고요한 아침.

나는 익숙한 냄새와 소음, 풍경 속에서 눈을 떴다. 문제집 위에 엎드린 채였다. 펜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하루가 시작됐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화장실로 가 씻고, 아래층에서는 도마가 탁탁탁 소리를 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침 뉴스가 흘러나왔다.

평범하고 익숙한 아침.

아직 깨지 않은 쌍둥이들은 달콤한 잠에 취해 있었다. 작은 숨소리가 교대로 들려오는 걸 확인하고 방을 나섰다.

“일어났니?”

아침을 차리던 아버지가 나를 보며 웃는다. 잠을 거의 못 주신 듯 눈 밑이 어두웠지만, 늘 그렇듯 밝은 미소였다.

“응.”

나는 물을 한 잔 마시고 식탁에 앉았다. 늘 하던 대로, 과하지 않은 짧은 대화가 오갔다.

“오늘도 늦지?”

“응. 중간고사가 얼마 안 남아서.”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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