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고블린 이야기

4화 대청소의 준비, 그리고 선전포고

발키리아와 경비대원들이 일으킨 모래바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나는 궤짝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들이 남기고 간 유물들은 기이한 안개 같은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왕성 지하 깊숙한 곳, 태고의 얼음이 녹지 않는 구역에서 수천 년간 잠들어 있었다는 물건들. 그것들은 무기라기보다는, 마치 나를 위해 맞춤 제작된 '전문 청소 도구' 같았다.

나는 가장 먼저 **'혹한의 헝겊'**을 꺼냈다. 척 보기엔 그저 낡고 거친 삼베 조각 같았지만, 손끝바닥에 닿는 순간 온몸의 혈관이 얼어붙는 듯한 쾌감이 뇌를 찔렀다. 비석을 닦던 내 낡은 걸레와는 차원이 다른 순도였다. 나는 이 헝겊을 비석의 옆면에 살포시 갖다 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헝겊이 비석의 표면에 닿자마자 자석처럼 달라붙더니, 비석의 푸른 마력 무늬를 흡수해 스스로 은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단순한 천이 아니군."

나는 그 헝겊을 어깨에 둘렀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몸을 짓누르던 피로감이 가시고, 비석의 서늘한 기운이 내 피부의 일부가 된 듯한 감각이 들었다. 마치 비석이 나에게 "이제 네가 내 몸이고, 내가 네 의지다"라고 속삭이는 기분이었다.

다음으로 집어 든 것은 **'서리 깃든 빗자루'**였다. 자루 부분은 검은색의 정체 모를 고대 목재로 되어 있었고, 빗살 부분은 투명한 얼음 결정들이 미세한 가시처럼 돋아나 있었다. 빗자루를 가볍게 휘둘러 바닥을 쓸자, 빗살이 지나간 자리의 모래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으며 투명한 얼음길로 변했다.

"이걸로 마당을 쓸면... 다시는 먼지가 날리지 않겠어."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발키리아의 경고가 귓가를 맴돌았다. 사나흘. 인간 제국의 대규모 병력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그들은 말발굽으로 이 신성한 사막을 짓밟고, 철갑옷의 쇳가루를 흘리며, 무엇보다 비석에 손을 대려 할 것이다.

나는 비석을 돌아보았다. "걱정 마. 이번 청소는 평소보다 좀 크게 할 생각이니까."

첫 번째 날: 경계의 확정 나는 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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