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거물 불청객과 대청소의 법도
성녀 클라리스가 거신 레비아탄의 가슴팍 조종실 안쪽에서 하얀 빛을 뿜으며 ‘살균 소독’에 전념하고, 기사 리안이 거신의 발목에 낀 이물질을 긁어내기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사막의 수평선 너머로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이한 전조가 나타났다.
하늘은 자줏빛으로 물들었고, 지면은 거대한 심장박동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요동쳤다. 발키리아를 포함한 마왕성 경비대원들은 전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전신은 공포와 경외심으로 인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분이 오신다….” 발키리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녀가 말하는 ‘그분’이 누구인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제국의 절대자, 만마의 왕. 하지만 나에게 그 수식어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단 하나였다. 그가 몰고 오는,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검은 구름과 그 안에서 쏟아지는 마력의 잔재들이 내 비석의 광택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왕의 강림: 먼지 폭풍의 주인 검은 구름이 갈라지며 거대한 옥좌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옥좌 주위로는 수천 마리의 가고일이 날아다니며 검은 가루를 흩날렸고, 지면에는 지옥의 불꽃이 피어나 모래를 검게 그을렸다.
옥좌에 앉은 사내, 마왕 루시온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발이 모래에 닿는 순간, 주변의 모든 온도가 소멸했다. 내가 만든 냉기와는 다른,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허무의 차가움이었다.
“짐이 직접 이곳에 오게 만들다니. 국보 제2호의 관리인이여, 얼굴을 들어라.”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마치 고막을 직접 긁는 듯한 위압감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드는 대신, 빗자루를 들고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사각, 사각.
“이봐요, 발걸음마다 지옥불을 피우면 어떡합니까? 모래가 시커멓게 타버렸잖소. 이거 다시 하얗게 만드느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다. 발키리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기절하기 직전이었고, 마왕의 호위병들은 당장이라도 나를 베어버릴 듯 검을 뽑아 들었다.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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