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2-2
마치 그 자리에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거대한 산과 같았던 신비족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가 딛고 서 있던 거대한 등껍질도, 나를 내려다보던 바위 머리도, 그 모든 것이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증발했다.
남은 것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을, 뜨거운 햇살을 받는 바위들과 메마른 모래뿐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텅 빈 공간을 응시했다.
방금 전까지 내 온몸을 짓누르던 압도적인 존재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공간.
공기는 다시 뜨겁고 건조해졌고, 귓가에는 오직 바람이 모래를 스치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꿈이었나?
또다시, 지독한 갈증과 피로가 만들어 낸 헛것이었을까?
사막 거미와의 사투, 기이한 꿈, 그리고 이 거대한 바위 거북이까지.
지난 하루 동안의 일이 도무지 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고, 이것은 죽은 자의 영혼이 보는 마지막 미련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 손에 들린 것을 보았다.
묵직하게 축 늘어진, 낡은 가죽 물주머니 세 개.
그 무게감이, 그 서늘한 감촉이 손바닥을 통해 너무나도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환상이 아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주머니 하나를 들어 올리고,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 안에는, 맑다 못해 투명한 물이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물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달랐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수면 위로 아주 희미한, 무지갯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마치 녹아내린 별의 조각을 담아 놓은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나는 홀린 듯 물주머니를 기울여 손바닥에 조금 따라 보았다.
물이 닿는 순간,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감각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사막의 열기로 달아오른 손바닥이 순식간에 식어버릴 정도의 냉기였다.
하지만 그 차가움은 기분 나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메마른 대지에 스며드는 첫 비처럼,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듯한 청량함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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