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고 있던 후배에 내 동기이자 전여친이 빙의된 건에 대하여

1화 썸타고 있던 후배에 내 동기이자 전여친이 빙의된 건에 대하여

"지금 만나."

상호는 망설일 틈도 없이 답장을 보냈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을 헤집었다.

이혜리라고?

정말 그 이혜리가 맞나?

어떻게 김희나의 휴대폰으로?

상호의 심장이 불안하게 쿵쾅거렸다.

2년을 연애한 뒤, 군대에서 가장 힘들다는 일병 말, 상병 초 시절에 유학을 간다고 한 뒤 연락이 없던 사람.

그런 그녀가 뜬금없이 나타나, 그것도 자신이 새로 마음을 열고 있는 후배의 이름을 빌려서 말을 걸어왔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악질적이었다.

만약 이게 김희나의 짓이라면, 자신은 두 번 다시 그녀를 보지 않으리라.

하지만 만약, 아주 만약에 이게 진짜라면.

"어디서 볼까?"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상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학교 후문 근처의 작은 카페 이름을 댔다.

사람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곳.

무슨 일이 생겨도, 혹은 무슨 말을 해도 주변에 크게 방해받지 않을 만한 장소였다.

"알았어. 30분 뒤에 거기서 봐."

답장은 간결했다.

희나라면 절대 쓰지 않을 딱딱한 말투.

'…진짜 이혜리인가.'

상호는 마른침을 삼키며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오래된 서랍장을 열자 퀴퀴한 먼지 냄새와 함께 잊었던 기억들이 피어올랐다.

그녀와 함께 맞췄던 커플링, 함께 봤던 영화 티켓, 서투른 솜씨로 써 내려간 편지들.

전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상자 깊숙한 곳에 처박아두고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상호는 상자 뚜껑을 거칠게 닫아버렸다.

지금은 과거를 곱씹을 때가 아니었다.

***

약속 장소인 카페 '오늘의 온도'에 먼저 도착한 것은 상호였다.

창가 구석 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온갖 상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혜리가 김희나를 협박해서 이런 장난을 치는 걸까?

아니면 둘이 아는 사이였나?

심리학과와 일본어과는 접점이라고는 교양 수업 몇 개밖에 없을 텐데.

그때, 딸랑.

문이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섰다.

하늘색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찰랑거리는 긴 생머리.

상…

전체 본문은 스토라이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 정보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