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고 있던 후배에 내 동기이자 전여친이 빙의된 건에 대하여
3화 썸녀의 엄마가 북한산 용한 무당이었던 건에 대하여
상호는 그 손을 뿌리치지도, 더 꽉 잡지도 못했다.
차가운 병원 복도 바닥의 냉기가 발끝부터 스며드는 것 같았다.
희나의 작은 손에서 전해져 오는 미약한 온기만이 유일한 현실감이었다.
"…어디로."
상호가 힘겹게 물었다.
집으로? 학교로?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카페로?
어디로 돌아가야 이 엉망진창인 현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혜리는 잡고 있던 상호의 손을 스르르 놓았다.
그리고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방금 전의 격렬한 오열과는 다른,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깊은 침묵이었다.
그녀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희나의 레이스 달린 원피스가 차가운 타일 바닥 위에서 구겨졌다.
"…혼자 있고 싶어."
잔뜩 잠긴 목소리가 무릎 사이에서 웅얼거리듯 흘러나왔다.
"무슨 소리야. 이 상태로 널 어떻게 혼자 둬."
상호는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하지만 혜리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너 말고. '나' 말고. 이혜리가 혼자 있고 싶다고."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 몸의 주도권을 다시 김희나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자신은 잠시, 이 고통스러운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뜻이었다.
"안돼.
지금 여기서 희나가 깨어나면…"
상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혜리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로 범벅이 된 희나의 얼굴. 하지만 그 눈빛만은 서늘하고 단호했다.
그녀는 희나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코끝을 간질이기 시작했다.
"하지 마, 이혜리!"
상호가 기겁하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혜리는 재빨리 몸을 피했다.
그녀는 필사적이었다.
"간지러워… 간지러워… 제발…."
그것은 재채기를 유도하려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이 끔찍한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그녀의 절규처럼 들렸다.
콧등을 긁어대는 작은 손놀림이 점점 더 빨라지고 격해졌다.
"그만두라고!"
상호가 소리치며 그녀의 양 손목을 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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