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고 있던 후배에 내 동기이자 전여친이 빙의된 건에 대하여

5화 전여자친구가 해외 유학 가서 잠수 이별한 건에 대하여

법당 문을 열고 나서자, 낯선 골목의 풍경 대신 익숙한 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상호였다.

그는 낡은 빌라의 담벼락에 기대어, 희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 뒷모습에서 희나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선배."

희나의 목소리에 그가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걱정과 미안함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괜찮아? 어머니랑… 이야기는 잘했어?"

"네. 괜찮아요."

희나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조금 전까지 겪었던 비현실적인 공포와 혼란이 거짓말처럼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상호는 희나의 얼굴을 살피며 안절부절못했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다.

그 망설임이 오히려 희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희나가 먼저 침묵을 깼다.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상황을 회피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새내기가 아니었다.

자신의 몸과 운명을 책임져야 할 당사자였다.

상호는 그런 희나의 변화를 직감하고, 잠시 말을 골랐다.

"일단… 혜리랑 이야기해봐야겠지. 네 말대로."

"엄마도 그러셨어요. 꿈에서 만나보라고."

"꿈?"

상호가 되물었다.

무당의 영역은 그에게 여전히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였다.

희나는 어머니에게 들었던 조언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꿈은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시간이며, 마음의 문을 열면 그곳에서 혜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상호는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희나에 대한 안쓰러움과 함께, 미미한 경외감 같은 것이 서려 있었다.

자신이라면 이 기막힌 상황을 이토록 빨리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었을까.

아마 절망하고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저… 선배."

희나가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

"혜리… 언니라고 불러야 하나요? 그 분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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