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타고 있던 후배에 내 동기이자 전여친이 빙의된 건에 대하여

8화 내 전여자친구가 의식불명인 건에 대하여

학교 근처, 희나가 혜리에게 알려준 파스타 가게는 골목 안쪽에 숨어있는 작은 식당이었다.

따뜻한 원목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꼭 희나의 방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혜리는 어색한 기분에 괜히 턱을 치켜들며 창가 자리에 털썩 앉았다.

상호는 그런 혜리의 맞은편에 앉으며 메뉴판을 건넸다.

"네가 웬일로 이런 데를 다 아냐."

"…희나가 알려줬어. 자기 단골집이라고."

머릿속에서 희나가 [맞아요! 여기 새우 로제 파스타가 진짜 맛있어요!] 하고 외쳤다.

혜리는 못 들은 척하며 메뉴판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상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테이블 위 작은 꽃병을 만지작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은 어때? 둘이 같이 있는 거."

그의 질문은 식당 안의 나른한 공기를 가르며 날아와 혜리의 심장에 박혔다.

혜리는 메뉴판에서 시선을 떼고 상호를 마주 보았다.

그의 눈에는 걱정과 호기심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과 희나, 이 기묘한 동거의 실체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냥… 머릿속에 스피커가 하나 더 달린 기분이야."

혜리는 무심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계속 말을 걸어. 시끄러워 죽겠어."

[제가 언제요! 필요한 말만 했잖아요!]

머릿속에서 희나의 억울하다는 항변이 울렸지만, 혜리는 가볍게 무시했다.

상호는 혜리의 퉁명스러운 말투 너머에 숨겨진 복잡한 감정을 읽어내려는 듯,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래도…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다."

"뭐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편해 보여. 희나랑도."

그 말에 혜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을 빼앗은 침입자라고만 생각했던 희나.

하지만 어젯밤 꿈속에서 그녀의 진심을 마주하고, 오늘 아침 머릿속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희나는 더 이상 단순한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야 할, 유일한 동맹이었다.

"…나쁘진 않아."

혜리는 겨우 한마디를 내뱉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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