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하준의 하루
용의자 심문이 끝난 다음 날은 거짓말처럼 맑게 갠 주말이었다.
나는 늦은 아침 햇살이 눈꺼풀을 따갑게 찌를 때가 되어서야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밤새 형사의 날카로운 눈빛과 차가운 목소리에 시달린 탓인지, 온몸이 솜에 물을 먹인 듯 무거웠다.
뻐근한 목을 주무르며 주변을 둘러봤다.
익숙한 내 방의 풍경.
책상 위에는 어지럽게 널린 타블렛 펜과 스케치북, 그리고 모니터 화면에는 그리다 만 캐릭터의 얼굴이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었다.
어제 취조실에서 돌아온 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대로 잠들었던 모양이다.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오전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재중 전화나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세상과 나 사이에 투명한 벽이라도 생긴 기분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인터넷 뉴스 앱을 켰다.
아니나 다를까, 메인 화면 한쪽을 차지한 것은 채원 선생님의 사건 기사였다.
[**단독] OOO 동물병원 수의사 살인사건, 용의선상에 오른 주변인들… 원한 관계에 초점**
심장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기사를 클릭하자 어제 내가 취조실에서 들었던 질문들과 비슷한 내용들이 활자화되어 쏟아졌다.
경찰이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특히 원한 관계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밑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요즘 세상 무섭다’, ‘범인 꼭 잡아라’ 같은 평범한 반응들 사이에, ‘분명히 돈 문제일 거다’, ‘치정 아니냐’는 식의 억측들이 날카로운 발톱처럼 박혀 있었다.
그 익명의 문자들이 마치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아 숨이 답답해졌다.
나는 화면을 꺼버리고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졌다.
재원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기억을 지워주는 영화던가요.’
‘하준 씨도…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도 있나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애써 불쾌한 상념들을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더 생각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나는 용의자일 뿐, 범인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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