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떡상의 사인
얼마나 걸었을까.
안개가 자욱한 숲은 방향 감각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거대한 양치식물들이 하늘을 가려 해가 어디쯤 떴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가 온몸을 짓눌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 모를 생물들의 울음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이따금씩 굶주림이 파도처럼 밀려와, 눈앞에서 절뚝이며 길을 안내하는 저 작은 녀석의 뒷목을 물어뜯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간신히 이성을 붙들었다.
이 녀석이 보여주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아직은 안 된다.
앞서가던 작은 공룡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나무뿌리가 기괴한 형상으로 뒤엉켜 있는, 숲속의 작은 공터였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장소였다.
녀석은 주변을 잠시 살피더니, 이내 안심한 듯 나를 한번 돌아보고는 '뀨' 하고 짧게 울었다.
다 왔다는 신호인 듯했다.
그러고는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나무뿌리 사이의 한 지점으로 다가가, 앞발로 부지런히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흙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끈질기게 같은 곳을 파고 또 팠다.
상처에서 배어 나온 피가 흙과 뒤섞여 진득하게 뭉쳐졌지만,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의 앞발에 딱딱한 것이 걸리는 소리가 났다.
녀석은 파헤친 흙더미 속에서 평평하고 넓적한 돌판 하나를 끄집어냈다.
돌판이 치워지자, 그 아래로 어두운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무심코 감탄의 소리를 흘릴 뻔했다.
단순한 굴이 아니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파고, 위장을 위해 돌판으로 입구를 덮어놓은 명백한 ‘시설’이었다.
작은 공룡은 구멍 안으로 먼저 쏙 들어가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는 어서 들어오라는 듯 다시 한번 짧게 울었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거대한 몸을 구겨 넣어 그 어두운 구멍 속으로 들어갔다.
구멍은 생각보다 깊지 않았다.
경사를 따라 몇 걸음 내려가자, 곧 꽤 넓은 지하 공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공간을 가득 채운 광경에, 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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