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회송역 너머
잿빛 안개 속은 소리와 방향 감각이 뒤섞이는 혼돈의 공간이었다.
발밑은 단단한 바닥 같기도 하고, 푹신한 솜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했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중력이 바뀌는 듯한 아찔한 감각에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비틀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았다.
현실의 좌표를 잃어버린 감각.
어린 시절, 잃어버린 기억의 공백 속에서 느꼈던 그 막막한 부유감이 전신을 덮쳐왔다.
내 앞을 막아선 박은서는 회수 담당자와 대치하며 틈이 완전히 닫히기만을 기다리는 듯했다.
그녀의 등은 굳건했지만, 가늘게 떨리는 어깨는 그녀 역시 극한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긴… 대체 어디입니까?”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질문을 겨우 뱉어냈다.
내 목소리는 안개 속에서 기묘하게 울리며 흩어졌다.
“회송역의 뒷면.
시스템이 현실을 구축하며 잘라냈거나, 억지로 봉합했던 상처 같은 곳이야.”
박은서가 나를 돌아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닫혀가는 균열 너머, 어둠 속에서 분노를 삼키고 있을 회수 담당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세계의 쓰레기통, 혹은… 삭제된 데이터들의 무덤이라고 해두지.”
그녀의 설명은 충격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납득이 갔다.
완벽해 보이는 현실의 이면에는 이처럼 누더기처럼 기워진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
출입 금지 구역은 그 상처 위로 덧댄 임시방편의 반창고였고, 이곳은 그 상처의 가장 깊은 속살이었다.
품에 안긴 책이 다시 한번 미약하게 진동했다.
마치 이 공간의 공기에 반응하는 것처럼.
“그 책… 김도현이 남긴 열쇠가 맞아.”
박은서가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단순히 관리자들의 기록을 엿보는 물건이 아니야.
그건 이 세계의 ‘소스 코드’ 일부를 뜯어내 만든 비상 탈출 키에 가까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열 수 없는, 이런 ‘틈’을 강제로 비집고 열어버리는.”
그녀의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김도현은 단순히 메시지를 남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세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전체 본문은 스토라이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 정보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