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던 밤

3화 범인의 흔적 2

지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모니터 속 흐릿한 사람이 뇌리에 박혔다.

검은 모자, 검은 옷. 사건 현장이었던 행복동 빌라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그 남자와 똑같은 차림새였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기묘했다. 범인은 계획적으로 김민준을 물색하고 그의 키를 훔친 것이 아니었다.

세차장에서 우연히 떨어진 키를 주웠고, 그 차를 범행에 이용했다.

'순간적인 기회주의적 범죄인가? 아니. 수현의 시신 상태를 떠올리면 절대 그럴리 없어.' 지호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관절을 해체할 정도의 잔혹성은 우발적인 분노로 설명되지 않았다. 범인은 처음부터 수현을 노렸고, 마침 눈앞에 나타난 ‘주인 없는 차’라는 완벽한 도구를 발견했을 뿐이다.

“이 남자… 인상착의를 특정할 수 있겠습니까?”

지호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화질이 너무 안 좋아서… 얼굴은 전혀 안 보이네요. 체격은… 그냥 보통 남자 같고.”

해수 역시 침묵 속에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어 있었다. 지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범인의 윤곽이 조금 잡히는가 싶으면, 안개처럼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머릿속에서 ‘치정 싸움 같았다’는 주민의 증언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다면 범인은 수현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자, 혹은 일방적으로 거절당해 앙심을 품은 자일 가능성이 높았다. 수현의 주변 남자들을 다시 훑어야 했다. 그녀는 지호 외에 다른 남자를 만날 사람이 아니었다. 지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수현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녀를 원했던 남자다.

카센터 정비공처럼 스토커 기질이 있는 인물.

혹은…

순간, 지호의 사고 회로가 삐걱거리며 멈춰 섰다.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애써 묻어두었던 과거의 한 조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언제였더라.

아직 수현과 사귀기 전, 셋이 함께 클럽에서 술을 마시던 밤이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해수가 수현을 바라보던 그 눈빛.

평소와는 다른,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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