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러는지

1화 오늘 밤, 내가 아닌 나로 살아보기

지아의 원룸은 아담했지만, 온기가 가득했다.

은은한 향초 냄새와 포근한 러그, 벽에 붙은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지아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 앉아봐.”

지아는 나를 화장대 앞에 앉히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내가 평생 써본 적 없는 화려한 색조 화장품들이 가득했다.

“야… 이걸 다 쓴다고? 너무 진한 거 아니야?”

거울 속 내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엉망이었다.

이런 얼굴에 저런 색을 칠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클럽은 원래 이렇게 하고 가는 거야. 그냥 나한테 맡겨.”

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파운데이션 스펀지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스펀치가 뺨에 닿는 감촉에 살짝 몸을 떨었다.

톡, 톡, 톡.

규칙적인 두드림과 함께 지아의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강유린, 잘 들어. 오늘 밤은 아무 생각 하지 마. 빚도, 네 아버지도, 다 잊는 거야.”

붓이 눈가를 스치고, 낯선 색이 입혀졌다.

점점 거울 속의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신나는 음악에 몸 맡기고, 주는 술을 마시고, 누가 말 걸면 웃어주고. 딱 그뿐이야.”

지아가 내 눈에 아이라인을 그리며 속삭였다.

날카로운 펜슬의 감촉이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때, 할 수 있겠지?”

나는 대답 대신 거울 속의 낯선 여자를 바라보았다.

수수했던 눈매는 길고 고양이처럼 올라갔고, 희미했던 입술은 탐스러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건…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낯선 얼굴 뒤에 숨으니 조금은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자, 이제 옷 갈아입자.”

지아가 옷장에서 반짝이는 검은색 원피스를 꺼내 던져주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길이가 아슬아슬하게 짧은 옷이었다.

“이걸 어떻게 입어? 너무 짧아!”

“짧아야 예쁘지. 군말 말고 입어.”

망설이는 나를, 지아는 망설임 없이 등 떠밀었다.

결국 나는 꾸역꾸역 옷을 갈아입었다.

원피스는 숨 막히게 몸을 조여왔고, 맨살이 드러난

다리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평소 헐렁한 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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