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기만

4화 조용한 균열 3

시간은 무감각하게 흘렀다.

기억에 남는 날은 없었다.

머리를 다쳤다는 핑계는 유용했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도, 멍하니 창밖을 바라봐도, 누구 하나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정적인 시선과 작은 배려들이 쏟아졌다.

유도경과의 만남 이후, 나는 다시 완벽한 가면을 쓰는 데 성공했다.

류시혁은 여전히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냈지만,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그는 관객의 자리로 돌아갔다.

나의 다음 연기를 기다리는, 가장 집요한 관객으로.

그리고 마침내 체육대회 날이 밝았다.

아침부터 운동장은 들뜬 열기로 가득했다.

스피커에서는 정신없이 음악이 터져 나왔다.

반마다 색깔을 맞춰 입은 아이들이 구령대 앞에 엉성하게 줄을 서서 개회식을 기다렸다.

나는 동물잠옷인 반티를 입고, 서연지의 옆에 서 있었다.

“와, 진짜 사람 많다. 하령아, 너 머리는 괜찮아? 오늘 계주 뛸 수 있겠어?”

서연지가 내 이마의 작은 밴드를 가리키며 호들갑을 떨었다.

상처는 이미 거의 아물었지만, 나는 만약을 위해 밴드를 떼지 않았다.

“응. 괜찮아. 이 정도는.”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 시선은 인파 속에서 익숙한 두 사람을 찾고 있었다.

유도경은 우리 반 줄의 가장 앞쪽에, 마치 자로 잰 듯 반듯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는 이 소란스러운 축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을 유지했다.

그에게 체육대회는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그저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수행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일 뿐인 것 같았다.

그리고 류시혁.

그는 우리와 대각선 방향에 있는 7반 무리 속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백금발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을 받아 부서지는 빛처럼 반짝였다.

그는 주변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종종 이쪽을 향했다.

마치 나와 눈이 마주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의식적으로 그를 무시했다.

오늘의 무대에서, 나의 관객은 그가 아니었다.

교장 선생님의 지루한 훈화가 시작되었다.…

전체 본문은 스토라이즈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작품 정보 보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