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최악의 키스
류시혁이 나를 향해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가 내딛는 걸음마다 운동장의 열기는 비정상적으로 달아올랐다.
웅성거림은 이내 노골적인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헐, 대박! 류시혁!”
“키스해! 키스해! 키스해!”
누군가 시작한 짓궂은 연호는 순식간에 운동장 전체로 번져나갔다.
이제 이것은 단순한 계주 경기가 아니었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거대한 연극 무대.
류시혁과 나, 두 주연 배우를 위한 난잡하고 소란스러운 스포트라이트였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발이 땅에 뿌리박힌 것처럼 굳어버렸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 갔다.
계산이 서지 않았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사라지기를 반복했지만, 그 어떤 것도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 완벽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류시혁은 그 모든 혼란의 중심에서,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다가왔다.
그의 눈은 웃고 있었다.
‘어쩔 거야, 윤하령? 이번에도 예쁘게 쓰러져 볼래?’
그의 눈빛이 소리 없이 속삭였다.
나의 모든 가면을 꿰뚫고, 가장 깊은 곳의 당혹감을 비웃고 있었다.
그는 즐기고 있었다.
나의 통제가 무너지는 이 순간을, 완벽한 연기자가 대본을 잃고 무대 위에서 길을 잃은 이 촌극을.
숨이 막혔다.
주변의 함성이 파도처럼 나를 덮쳐왔다.
‘와 존나 잘생겼다.’
‘진짜 잘 어울린다.’
‘사귀어라!’
역겨운 말들이 고막을 찔렀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눈앞의 자극적인 그림에 열광할 뿐이었다.
류시혁이 내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의 그림자가 나를 온전히 뒤덮었다.
땀과 섞인 그의 체향이 훅 끼쳐왔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쪽지를 든 손을 까딱거렸다.
“어떡할까, 하령아. 미션은 미션인데.”
능글맞은 목소리.
그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술이 바싹 말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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