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밤은 이름을 먹고 자란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벌렸다가 다시 다물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기 위해서였다. 밤에는 타인이 아니라 자기 목소리조차 계약이 될 수 있었다. 본명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반응하는 사람들은, 대개 야간구역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이브는 이미 그 위험을 몸으로 배운 적이 있었다. 한 번, 아주 오래전은 아니었다.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밤공기에 젖은 목소리. 숨과 말이 분리되지 않은 채 흘러나온 음절. 마치 그녀의 이름이 원래부터 그 사람의 입안에 물려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이브. 손 내리지 마. 지금 자세가 제일 솔직하니까."
그 순간 이브의 몸은 선택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심장은 이유를 찾기도 전에 박자를 바꿨고, 그 변화는 가슴에서 멈추지 않았다. 숨이 얕아지며 목 안쪽이 먼저 뜨거워졌고, 그 열은 천천히 아래로 흘렀다. 허벅지 안쪽이 자신도 모르게 조여들었고,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도망칠 수 있는 각도였음에도, 시선은 반대로 움직였다. 붙잡히는 쪽을 향해.
이브는 그때 깨달았다. 이 세계에서 젖어드는 속도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가슴이 예상보다 크게 들썩였다는 사실, 그 진동이 옷감 안쪽에서 잠시 머물렀다는 감각은 그대로 남았다. 망설임은 항상 늦었다. 무엇보다, 이름 하나에 몸이 먼저 열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계약과 같았다.
다행히도, 그 귀속은 완성되지 않았다. 절정에 닿기 직전, 몸이 스스로를 밀어 올리기 전에, 그녀는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을 뻗지도 않았고, 거리를 좁히지도 않았으며, 열려버린 감각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그 애매한 정지 상태가 귀속을 불완전하게 만들었다. 언제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 남은 채, 살결 아래에 얇게 남아있는 표시.
야간구역 안으로 한 발짝 들어서자, 경계선이 닫히는 감각이 발목을 스쳤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문이 뒤에서 잠기는 것처럼. 동시에 낮에서 유효하던 것들이 하나둘 무효화되기 시작했다. 신분증, 기록, 낮에 맺은 관계들. 이곳에서는 아무 의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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