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지하철 악마 (2)
계단을 한 칸씩 내디딜 때마다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어둠은 끈적한 액체처럼 발목부터 서서히 그를 잠식해 들어왔다.
텅 빈 공간을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절대적인 고요.
재원은 허리춤에 찬 칼을 고쳐 쥐었다.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그나마 현실감을 유지하게 해주었다.
계단의 끝, 승강장으로 향하는 통로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연을 앞에 두고, 재원은 문득 병실에서 마주했던 이준의 눈빛을 떠올렸다.
순간 스쳐 지나갔던 그 서늘한 푸른빛.
그것은 경멸도, 분노도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 혹은 제거해야 할 대상을 바라보는 무감정한 살의.
그 눈빛은 재원의 가슴에 보이지 않는 낙인처럼 새겨져 있었다.
'역시... 시험하는 건가.'
이준은 자신을 이곳에 버린 것이다.
악마에게 죽든, 아니면 폭주해서 괴물이 되든 상관없다는 듯이.
재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반대쪽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한 손에는 칼을 든 채, 다른 손의 엄지로 화면을 쓸어 플래시 기능을 켰다.
쨍한 백색광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며 어둠의 일부를 걷어냈다.
빛이 닿은 곳은 때 묻은 회색 타일 벽과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들뿐이었다.
오래된 신문지 조각, 찌그러진 음료수 캔, 정체 모를 얼룩들.
평범하고 지저분한 지하철역의 풍경.
하지만 빛이 닿지 않는 양옆과 저 너머의 어둠은 더욱 깊고 짙어져,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대는 것 같았다.
재원은 칼을 든 손을 앞으로 향한 채,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덜컹덜컹.
지하철이 역 안에 약간의 불빛을 비추며 지나갔다.
이 역에는 멈추지 않았다.
순식간에 지나간 지하철의 불빛이 사라지자, 어둠은 이전보다 더욱 무겁게 승강장을 짓눌렀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도 전, 재원의 귓가에 무언가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락.
마치 마른 나뭇잎이 시멘트 바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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