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피 뜨러 갔더니 야순이라고?

1화 벌교땅크, 현태할배

꿀꺽.

마른 침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약속 장소인 공원 벤치 주변엔 사람이라곤 저 여자애 하나뿐.

새하얀 피부에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후드티.

얼굴의 반을 가리는 커다란 뿔테 안경.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트레이닝복 바지.

세상 모든 음기를 끌어모은 듯한 음침한 분위기.

누가 봐도 전형적인 '음캐'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금, 그 음캐가 시선을 피하고 있다.

힐끔.

나를 쳐다봤다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린다.

빼박이다.

‘벌교땅크’ 저 새끼, 여자였어?

김현태, 27년 인생 최대의 충격이었다.

온갖 패드립과 섹드립이 난무하던 혈전.

[느금마 까보전] 따위의 고전적인 욕설은 애교 수준이었다.

[니 애비 전립선에 전동 드릴 박고 5단으로 돌림] 같은, 뇌를 어디다 절여놨는지 궁금해지는 수준의 악담을 주고받은 사이다.

그런 놈이, 저렇게 생겼다고?

현실감이 없었다.

일단 다가가서 확인이라도 해봐야 했다.

나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여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

“혹시… 벌교땅크?”

내 목소리에 여자의 어깨가 움찔, 하고 떨렸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고장 난 로봇 같았다.

안경 너머의 동그란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ㅁ, 맞는데요.”

모기만 한 목소리.

거기에 더듬기까지.

기가 막혔다.

허파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절로 났다.

진짜였구나.

며칠 밤낮으로 키보드를 불태우며 싸웠던 상대가.

내 모든 분노와 악의와 증오를 쏟아부었던 그 대상이.

눈앞의 이 어수룩한 여자애였다니.

“아니… 진짜로 나올 줄은 몰랐네.”

나도 모르게 진심이 튀어나왔다.

보통 이런 현피 약속은 먼저 쫄리는 쪽이 안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정신승리로 끝나는 게 국룰이었다.

“…자, 자기가 먼저 나오라고 했잖아요.”

수진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항변했다.

말은 더듬으면서도, 지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그리고… 제가 왜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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