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이상한 놈 관찰기
'김현태 어제 고백함ㅋㅋㅋㅋㅋ'
누군가 몰래 찍은 사진도 함께 올라와 있었다.
교실 창가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내 뒷모습.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ㅋㅋㅋㅋ 용기 하나는 인정'
'근데 걔가 왜 고백함? 분수를 알아야지'
'여자애 불쌍하다 진짜'
'저런 애한테 고백받으면 기분 어떨까 ㄷㄷ'
내 심장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익명 커뮤니티라는 곳에 접속했다.
학교 관련 커뮤니티가 아니라, 완전히 익명이 보장되는 곳.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분노를 쏟아냈다.
여자는 다 똑같다, 외모지상주의 사회가 문제다, 이런 식의 글을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댓글이 달렸다.
'ㅇㅈ'
'ㅇㄱㄹㅇ'
'님 말 팩트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다.
현실에서는 조롱당하고 무시당했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로 나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인터넷에서 풀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나중에는 점점 과격하게.
패드립이 일상이 되었고, 키배가 취미가 되었다.
누군가를 말로 꺾어 눕히는 쾌감은 중독적이었다.
현실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승리감을 그곳에서만큼은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그 습관은 계속되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학업이라는 핑계가 있었지만, 대학에 오니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 남는 시간을 전부 커뮤니티에 쏟아부었다.
강의실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들은 내가 무슨 앱을 그렇게 열심히 보는지 신기해했다.
나는 그냥 게임이라고 둘러댔다.
익명 뒤에 숨어서 세상을 향해 분노를 뱉어내는 것.
그것이 게임보다 더 재미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취업을 하고 나서야 조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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