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피 뜨러 갔더니 야순이라고?

7화 현태할배, 포로가 되다.

따뜻하고, 조금은 망설이는 듯한 온기가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수진은 숨을 멈췄다.

거칠고 커다란 손바닥의 감촉이 머리카락과 두피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조각배처럼, 온몸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렸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이 날뛰었고, 뺨으로 흐르던 눈물조차 순간 멎어버렸다.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은, 아주 오래전, 기억조차 희미한 어린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생전 처음 있는 일일지도 몰랐다.

타인의 체온이 이렇게나 뜨겁고, 이렇게나 심장을 어지럽히는 것인지 몰랐다.

현태의 손은 가만히 머물러 있기만 했는데도, 마치 온몸이 그의 손길에 애무당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정수리에서 시작된 열기는 목덜미를 타고, 척추를 따라, 등줄기로 짜릿하게 번져나갔다.

다리 사이가 저릿하게 울리는 감각에, 수진은 저도 모르게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낯설고도 강렬한 감각이었다.

"울지 마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마법 같아서, 그 한마디에 꾹 참아왔던 모든 감정의 댐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수진은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로 완전히 엎드려, 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죄송하다는 말도, 창피하다는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다.

그저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폐허뿐인 자신의 세계를, 망가진 자신을, 처음으로 누군가가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지키고 싶은 게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알아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지난 세월의 모든 외로움과 고통이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현태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울음이 그칠 때까지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투박하지만 조심스러운 손길.

그 서툰 위로가 수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어루만졌다.

얼마나 울었을까.

흐느낌이 잦아들 무렵, 수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었고, 안경 렌즈는 뿌옇게 김이 서려 있었다.

너무나도 추한 모습일 게 분명했다.

그녀는 차마 현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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