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이내, 벌교땅크는 포신을 단단히 세운다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웃었다.
김현태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조금 전 식당에서처럼 옅은 미소가 아니었다.
입꼬리가 시원하게 올라가고, 눈가가 부드럽게 휘어지는, 그런 환한 웃음이었다.
온라인의 ‘현태할배’가 짓던, 상대를 비웃고 조롱하던 냉소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 웃음은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한 줄기 햇살 같았다.
따뜻하고, 눈부시고, 모든 것을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의 웃는 얼굴을 마주한 순간, 나는 지난 몇 시간 동안 나를 짓누르던 모든 불안과 자기혐오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 같은 벅찬 감각에, 나는 그저 마주 웃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내려오는 내내, 나는 마치 꿈속을 걷는 사람 같았다.
발이 땅에 닿아있는지, 내가 제대로 걷고는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온몸의 감각이 오직 방금 전 보았던 그의 얼굴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김현태.
‘현태할배’라는 닉네임 뒤에 숨어있던 남자.
처음 현피 장소에서 마주쳤을 때, 나는 그가 무서웠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단단해 보이는 몸.
짧게 자른 머리카락과 날카로운 눈매는 온라인에서 나에게 온갖 끔찍한 욕설을 퍼붓던 그의 아바타와 완벽하게 겹쳐 보였다.
하지만 그는 나와 싸우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국밥을 사줬고, 내 그림을 궁금해했고, 연락처를 물어봤다.
오늘 다시 만난 그는,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더… 다르게 보였다.
그의 눈은 날카롭기보다 깊었고,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 아래에는 서툰 다정함이 숨어 있었다.
카페에서 내가 울음을 터뜨렸을 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끝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손.
그 생각을 하자, 정수리에 남아있던 감각이 다시금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은 컸다.
손가락은 길고 마디가 굵었으며, 손바닥은 단단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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