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좀비세계?

5화 인간의 광기

그는 손전등을 앞으로 비추며 조심스럽게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선로 사이의 자갈이 발밑에서 바스락거렸다.

터널은 끝없이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 감각이 없었다.

5분인지, 10분인지 알 수 없었다.

손전등 불빛이 앞쪽 벽을 비췄다.

표지판이 보였다.

'을지로3가역 1.2km'

아직 한참 남았다.

이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낭이 어깨를 짓눌렀다.

안에 든 부모님의 물건들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피 묻은 스카프.

깨진 안경.

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야.'

다시 걷기 시작했다.

50미터쯤 갔을 때였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선로 위에 줄 같은 게 걸려 있었다.

가느다란 철사였다.

'뭐지?'

손전등을 가까이 대고 살폈다.

양쪽 벽에 고정된 철사가 발목 높이에 팽팽하게 걸려 있었다.

덫이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휙!

이현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쇠파이프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쳇, 빗나갔네."

남자 목소리였다.

좀비가 아니었다.

이현우는 재빨리 돌아서며 골프채를 들어 올렸다.

손전등 불빛에 세 명의 남자가 보였다.

모두 20대 후반쯤 되어 보였다.

찢어진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얼굴은 수염으로 덮여 있었고, 눈빛이 험악했다.

"오, 신입이네."

가운데 남자가 비죽 웃었다.

이빨 사이에 뭔가 낀 게 보였다.

"배낭 내려놔. 그리고 손에 든 것도."

왼쪽 남자가 야구방망이를 어깨에 메고 말했다.

이현우는 뒤로 물러났다.

"싫으면?"

그가 물었다.

"싫으면?"

오른쪽 남자가 킥킥 웃었다.

"싫으면 그냥 여기서 죽는 거지. 뭐."

가운데 남자가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휙!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선택해. 짐 내놓고 살거나, 아니면 여기서 뼈를 묻거나."

이현우는 골프채를 더 꽉 쥐었다.

도망칠 곳이 없었다.

앞에는 철사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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