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 생 혹은 사 -

5화

적수의 속삭임은 독처럼 우명재의 뇌리에 스며들었다.

방금 전까지 박성정을 향해 끓어오르던 연민과 분노가 순식간에 길을 잃고 헤매기 시작했다.

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김미줌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아들을 위하는 척 눈물을 흘리며, 뒤로는 아들의 목숨값을 계산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 적수의 추측이긴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교활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 그는 바로 얼마 전에 똑똑히 목격하지 않았던가.

‘만약… 정말로 박성정 씨의 말이 전부 거짓이라면?’

한번 피어난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갔다.

어쩌면 사장의 말이 전부 사실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 남자는 사회의 낙오자라는 열등감과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아이들에게 풀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딸을 향한 부성애조차, 자신의 추악한 본성을 가리기 위한 연극일 수도 있다.

우명재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다시 박성정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희망이었다.

자신을 믿어주겠다는 저승사자의 말에, 절망의 늪에서 겨우 건져 올린 마지막 희망의 빛.

저토록 절박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거짓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동시에, 적수의 차가운 눈빛이 그의 등 뒤에 느껴졌다.

'네놈은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견습생. 인간의 밑바닥이란 네 상상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둡지.'

그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왜...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우명재가 떨리는 목소리로 적수에게 물었다.

"당신은... 박성정 씨의 진실을 알고 있는 겁니까?"

"글쎄."

적수는 애매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난 그저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판단은 네놈의 몫이지. 저 남자의 눈물 젖은 이야기에 속아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냉정하게 진실을 의심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네놈의 이번 시험 과제다."

시험.

그 단어에 우명재는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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