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조용한 쪽에서
새벽 교대 시간이 지났다.
유지국 옥상은 비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난간 앞에 서 있었다.
장갑을 벗은 손이 차갑다. 손바닥 안쪽으로 아까의 파형이 아직 남아 있다.
결계는 정상이다. 수치도, 기록도, 경보도.
그런데 왜.
이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가.
나는 손을 펴 허공에 댔다.
마력을 흘리지 않는다. 그저 닿는다.
푸른 장막의 가장 바깥 막, 공기와 섞이는 경계.
거기서 아주 낮은 떨림이 손끝을 스친다.
파형이 아니다.
파형과 파형 사이의 틈. 박자가 어긋난 자리.
열여섯 살, 각성 의식 날.
마탑의 측정관이 말했다.
“출력은 평균 이하. 그러나 파형 안정도는 기록 가능 범위를 벗어남.”
그게 칭찬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범위를 벗어난다는 건,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 감각을 믿지 않으려 했다.
수치를 읽었다. 기록을 따랐다. 보고서를 썼다.
하지만 손끝은 여전히 틈을 기억하고 있었다.
유지국 내부는 교대 직후의 어수선함으로 가득했다.
기록 수정구가 천장에서 푸른 빛을 내린다. 마력 측정판 위로 숫자들이 흘러간다.
0.02 0.01 0.03
경보 기준 이하. 정상 범위.
나는 자리로 걸어갔다.
보고서는 이미 제출함에 들어가 있다. 비워 둔 칸. 찍힌 도장.
아무도 묻지 않을 것이다.
“바렐.”
옆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하급 유지관 하나가 기록판을 정리하며 고개를 돌린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만 안다.
“새벽 순찰 이상 없었어?”
“없었다.”
“다행이네.”
그는 기록판을 탁 내려놓았다.
“요즘 분류청에서 외곽 재측정 대상 늘린다는 소문 들었지? C등급 이하 전원 재심사라더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B등급도 조건부면 포함될 수 있대. 너 작년에 상위 승급 떨어졌잖아. 조심해.”
조건부.
그 단어가 귓가에 남았다.
B등급은 유지 가능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조건부는, 기준 위가 아니라 경계다.
언제든 밀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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