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불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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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은 들고 있던 녹슨 삽을 바닥에 꽂았다.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었다.
에릭은 자신의 앞에 봉긋하게 솟아있는 흙더미를 내려다보았다.
그 흙더미의 아래쪽에는 그의 아버지, 데이비드가 묻혀있었다.
에릭이 차를 몰고 도달한 곳은 도시의 외곽에 있는 공동묘지였다.
묘지의 내부와 근처엔 좀비들이 보이질 않았다.
어차피 묘지를 지키는 이도 없었기에 에릭은 공동묘지의 한쪽에 구덩이를 파고 직접 데이비드를 매장했던 것이다.
아스피나의 힘을 빌리면 쉽게 구덩이를 만들 수 있었지만, 구덩이 파는 작업은 에릭이 온전히 도맡아 하였다.
그것이 아들의 의무라고 여겼던 것이다.
흙더미를 찬찬히 살펴보던 에릭은 손을 모아 아버지의 평안을 위해 기도하였다.
그가 평생 원망하던 아버지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사이비 종교에 빠져 많던 재산을 탕진하던 아버지.
그렇지만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아버지.
에릭은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원망을 마음속에 천천히 갈무리하며 기도를 마쳤다.
그의 눈에 공동묘지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는 아스피나의 모습이 들어왔다.
“뭐 하고 있어?”
“좀 이상한 게 있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을 들어 공동묘지의 이곳저곳을 가리켰다.
에릭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깨달았다.
공동묘지의 이곳저곳에 구덩이가 파여 있었으며 그 안에는 뚜껑 열린 관들이 들어 있었다.
원래 안에는 시신이 있었을 게 분명했던 관이지만 안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한 구덩이는 여러 개가 존재했다.
‘아버지 묻을 구덩이 파는데 정신 팔려서 전혀 눈치채질 못했는데.’
“이렇게 미리 파진 데가 있을 줄 알았으면 힘들 게 구덩이 팔 필요가 없었겠는데요.”
“이거랑 그거는 다르지. 저건 누가 봐도 도굴해서 시체를 훔쳐 간 것처럼 생겼잖아. 원래 주인이 있는 무덤이라고.”
“그런 구덩이가 한두 개가 아니네요.”
“그러게. 대체 누가 공동묘지를 단체로 도굴해 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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