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대한민국 붕괴 메뉴얼
견딜 수 없는 눅눅함이 코를 찔렀다.
벽지를 타고 흐르는 검은 곰팡이 포자, 퀴퀴한 먼지와 뒤섞인 축축한 공기.
메피스토는 인간의 육신 안에서 눈을 떴다.
수천 년간 전장을 누비던 악마의 영혼에게 이 연약한 필멸자의 몸은 질척한 감옥과도 같았다.
온몸의 관절이 삐걱거렸고, 폐부는 한 줌의 습한 공기에도 가쁘게 들썩였다.
그는 삐걱거리는 목을 돌려 창문을 바라봤다.
창살 너머, 회색 시멘트 바닥 위로 무심한 다리들이 오갔다.
각진 구두, 닳아빠진 운동화, 아슬아슬한 하이힐.
그들은 자신의 발밑, 이 음습한 땅 아래에 지옥의 전략가가 웅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흥."
메피스토의 입에서 인간의 성대로 빚어진 첫 소리는 경멸이 담긴 냉소였다.
자신을 이 보잘것없는 땅, 벌레들의 거처로 내몬 지옥의 관료들.
그들의 비웃음 소리가 귓가에 선명했다.
복수.
복수는 오직 하나뿐이다.
저 평온해 보이는 세상을, 자신이 직접 집필한 종말 매뉴얼대로 완벽하게 도륙하는 것.
지옥보다 더 지독한 생지옥을 이 땅에 구현하여, 그 참상을 패배자들의 눈앞에 똑똑히 전시하는 것.
그것만이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자신을 조롱한 모든 것들에게 보내는 가장 완벽한 대답이 될 터였다.
메피스토는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우선 이 육신의 주인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파악해야 했다.
방 안은 비좁고 어지러웠다.
벗어 던진 옷가지들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고, 먹다 남은 컵라면 용기에서는 시큼한 국물 냄새가 피어올랐다.
메피스토는 코를 찌르는 악취에 미간을 찌푸리며 낡은 책상으로 다가갔다.
먼지 쌓인 책상 위에는 빛바랜 졸업 증명서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서하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나행복.'
"나... 행복?"
악마의 혀로 발음하기엔 너무나도 역겨운 이름이었다.
행복.
이 지옥 같은 구덩이에서 행복을 논하는가.
메피스토는 경멸 어린 시선으로 책상 주변을 훑었다.
한쪽 구석에 놓인 낡은 컴퓨터 본체와 번들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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