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종말 메뉴얼

2화 첫 번째 시도

수천 년간 지옥의 전쟁터에서 갈고닦은 수사학.

악마의 언어로 수많은 영혼을 유혹하고, 군단을 선동했던 그 화술.

메피스토는 그 모든 기교를 총동원하여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자기소개서]

저는 서하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나행복입니다.

대학 시절, 언론의 본질과 소통의 미학을 깊이 탐구하며,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연마했습니다.

편의점은 단순한 물품 판매 공간이 아닌, 지역사회와 고객을 잇는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야간 시간대의 고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귀 점포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고자 합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제 모든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피스토는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가며 혀를 찼다.

"...지긋지긋한 필멸자의 언어유희로군."

하지만 이것이 이 세상의 규칙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제출' 버튼을 눌렀다.

딸랑.

휴대폰이 울렸다.

메피스토는 화면에 떠오른 발신자 표시를 응시했다.

'GS25 신림9동점.'

단 5분.

지원서를 보낸 지 고작 5분 만에 걸려온 전화였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나행복 씨? 방금 지원서 보내신 분 맞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중년 남성의 것으로, 지친 피로와 다급함이 뒤섞여 있었다.

"네, 맞습니다."

"아이고, 다행이다. 자기소개서 보니까 대학도 나오셨고, 글도 잘 쓰시던데... 혹시 오늘 밤부터 바로 나올 수 있지?"

오늘 밤.

메피스토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루시퍼의 왼손이, 지옥 전 군단의 전략가가, 이제는 편의점 점주의 다급한 목소리에 매달리고 있다.

치욕이었다.

하지만 배는 고팠고, 집주인의 호통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가능합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 한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메피스토는 자신의 혀가 낯설게 느껴졌다.

"아, 정말요?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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